“‘나는 솔로’ 미국서 만든다면 수위는?”...K예능 포맷 수출길 개척한 ‘이 남자’ [신기자 톡톡]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
“한국 예능 등 콘텐츠 뛰어나
IP보호·제값 수출에 앞장설 것”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 <사진 제공=썸씽스페셜>
“‘꽃보다 할배’가 미국에 수출돼 미국에서는 ‘베러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라는 이름으로 방영됐어요. 대한민국 예능 콘텐츠의 포맷이 미국에 수출된 최초의 사례였죠. 제가 수출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배우 이서진이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등 원로 배우들과 좌충우돌하며 해외 배낭여행을 다니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방송 출연자가 음치인지 가창력이 뛰어난 실력자인지 추리해서 맞추는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해외 여러 국가에 수출된 우리나라 대표 콘텐츠이다.
‘꽃보다 할배’는 미국, 네덜란드, 중국 등 해외 10개국 이상 국가에 수출됐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꽃보다 할배’는 시즌3까지 제작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들 프로그램이 포맷 형태로 수출돼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도록 공헌한 주역은 황진우 썸씽스페셜(Something Special) 대표이다.
황 대표는 CJ ENM에서 글로벌콘텐츠 팀장을 맡아 ‘꽃보다 할배’ 등 여러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 사업을 이끌었다. 포맷은 국가, 언어, 문화와 상관없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이다. 황 대표는 이후 2019년 11월 썸씽스페셜을 설립하고 창업가로 변신했다. 썸씽스페셜은 포맷 사업, 콘텐츠 제작 등을 하는 기업이다.
황 대표는 “쉽게 말해 포맷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요리책 같은 것”이라며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도 요리책 내용을 숙지한 후 잘 따라하면 해당 음식을 요리할 수 있듯이 포맷을 잘 따라하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즉 포맷은 콘텐츠 제작 기술이자 상품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면가왕 포맷을 예로 들면, 복면가왕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다른 국가에서 제작·방영할 수 있도록 복면가왕의 기획안, 프로그램 구조, 마케팅 방법 등 여러 핵심 노하우를 모아놓은 것(레시피)이 복면가왕의 포맷”이라며 “해당 국가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잘 현지화 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전수해주는 것이 포맷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끌었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그대로 미국 등 해외에 방영했을 때 흥행한다고 100%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맞게 ‘꽃보다 할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사명을 썸씽스페셜로 정한 이유에 대해 “콘텐츠 제작자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썸씽 뉴(Something New)’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새로운 것을 넘어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썸씽스페셜로 사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018년 말 무렵부터 우리나라 포맷 수요가 갑자기 확 커지고 있었다”며 “포맷 산업이 커지는 상황을 보면서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맷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창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나라 포맷 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황 대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재가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결혼을 원하는 남녀들의 솔직한 데이트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의 포맷 사업을 맡아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 ‘나는 솔로’의 포맷 수출을 타진할 것”이라며 “올해 수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치매 환자가 치매에 걸리기 전 좋아했던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드라마 포맷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치매 환자가 과거 치매에 걸리기 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거나 들었을 때 잠시 기억이 돌아오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는 점에 착안했다”며 “그동안 치매 관련 프로그램은 대부분 다큐 형태였는데, 다큐가 아닌 예능과 결합해 재미까지 더한 신선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먹는 방송(먹방), 트로트가 대세였던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는 바뀔 것 같다고 예측했다.
황 대표는 “먹방, 트로트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덜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방송국들이 앞다퉈 이런 방송을 내보냈다”며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취향은 굉장히 빨리 변하는데, 이제 먹방, 트로트 방송 인기가 줄어들 때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황 대표의 꿈은 썸씽스페셜을 아시아 최고 포맷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연간 세계 포맷 시장 규모가 약 30조원인데 반해 한국은 포맷이라는 용어조차 낯설게 인식할 만큼 시장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콘텐츠는 재미는 물론 완성도도 높아요. 해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능, 드라마 등 뛰어난 콘텐츠가 세계 여러 국가에 제값에 수출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겁니다.”
신수현 기자